스테이크 굽기에 적합한 후라이팬 한줄 요약
자세한 내용이 궁금하신 분들은 제 글을 읽어보세요. 성격 급하신 분들을 위해 한줄 요약 먼저 드립니다.
열의 보존성과 시어링(마이야르 반응)의 차이 때문에 주철 또는 카본스틸 팬에서 구운 고기나 스테이크가 맛있습니다.
고기 맛이 달라지는 팬의 구조
주말이 되면 아이들을 위해 스테이크 굽기를 실천합니다. 네 가족이 배불리 먹을 만큼의 양의 고기를 사와 후라이팬에 스테이크를 굽습니다. 우리집 스테이크 굽기는 아빠의 몫입니다.
집에 참 많은 후라이팬이 있습니다. 스테인리스 통3중팬, 세테인리스 불소코팅, 스테인리스 세라믹코팅, 카본스틸, 니트리딩 질화철 카본스틸, 알루미늄 세라믹 코팅팬 등등 그 동안 고기를 구워왔던 팬 종류만 해도 일일이 열거하기 어려울 정도입니다. 네. 고기 굽기 마니아입니다. 집에서 먹으면 싸잖아요.
그런데, 직접 요리를 해보다 보면, 코팅팬으로 구운 스테이크나 삼겹살보다 주철이나 카본스틸, 니트리딩 팬에서 구운 고기가 확연히 더 맛있게 느껴지는 순간이 있습니다.
단순히 기분 탓일 수도 있겠지만, 기분 탓으로 돌리기에는 저와 가족의 입맛이 하나같이 동일하게 이야기합니다. 실제로 팬의 재질과 구조가 조리 방식에 미치는 영향이 분명히 존재한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고기집에 가서 철판에 구워먹는 고기와 집에서 구워먹는 고기 맛이 다른데에는 화력의 차이 이외에도 무언가 필연적으로 있습니다.
스테이크나 고기의 풍미는 겉면에서 시작됩니다
스테이크 전문점에 가서 보는 스테이크들은 겉면이 노릇하게, 또는 갈색으로 맛잇게 잘 익어 있습니다.
보기만 해도 식욕을 돋굽니다.
고기를 구울 때 가장 중요한 건 속보다 겉입니다. 그 겉면에서 일어나는 마이야르 반응(Maillard Reaction)이 고기의 향, 식감, 색감을 결정짓습니다.
마이야르 반응은 140도 이상의 건열에서 가장 활발하게 일어납니다. 그리고 센 열로 고기의 겉면을 단시간에 강하게 익혀 고기 표면에서 미이야르 반응을 극대화 하는 조리 단계를 시어링(Searing)이라고 부릅니다.
시어링 과정에서 마이야르 반응은 아미노산(R-NH₂)과 환원당(C₆H₁₂O₆)이 고온에서 만나 갈변 반응을 일으키며 다양한 풍미 물질을 생성합니다.
말씀드린 대로 이 반응은 140°C 이상의 건열 환경에서 가장 활발하게 일어납니다. 그리고 바로 그 조건을 충족시켜주는 것이 팬입니다. 팬이 이 열을 얼마나 잘 전달 시키고 유지시키느냐에 따라 고기의 맛이 달라집니다.
이 비결이 우리가 식당에 가서 고기를 구우면 더 맛있게 느껴지는 비결입니다. 불판의 차이죠.
코팅팬과 주철팬/ 카본스틸팬의 차이는 무엇일까?
열을 붙잡는 힘의 차이
코팅팬, 특히 테프론이나 세라믹 팬은 많은 팬들이 알루미늄 바디로 제작됩니다. 알루미늄 팬은 예열은 빠르지만 열을 오래 붙잡는 능력은 낮습니다.
알루미늄 코팅팬에 고기를 올리는 순간 팬의 온도가 급격히 떨어지고, 그 열을 금방 복원하지 못해 고기가 눅눅하게 조리되는 결과가 발생합니다.
물론 스테인리스를 기물로 하는 코팅팬들도 많습니다. 스테인리스 팬의 열 전달에 대해서는 아래부분에 다시 언급하겠습니다.
카본스틸 팬은 반대로 열보존력이 매우 뛰어난 금속입니다. 고기를 올려도 온도가 쉽게 떨어지지 않고, 빠르고 강한 시어링(searing)이 가능해집니다.
표면과 마찰, 그리고 수분막
코팅팬의 매끄러운 표면은 비활성화되어 있으며, 수분이 남아 마이야르 반응을 방해합니다. 수분은 증발하지 않고, 고기와 팬 사이에 막처럼 존재합니다.
이때 환원당인 글루코오스(C₆H₁₂O₆)는 마이야르 반응이 아닌 카라멜화(caramelization)로 흐르게 되며, 아미노산과의 반응이 차단됩니다.
위에서 말한 코팅팬의 표면이 비활성화 되어 있다는 것은 표면이 음식과 물리적, 화학적으로 반응하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고기나 달걀의 단백질이 팬과 결합하지 않아 눌어붙지 않고, 음식의 수분, 당, 지방이 팬 표면에 직접 반응하거나 흡착되지 않고, 마이야르 반응이 음식 자체에서만 일어나고 팬 표면이 이를 도와주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반면 카본스틸 팬은 시즈닝층(산화철막 + 지방산 결합층)이 형성되어, 수분을 밀어내며 팬과 고기가 직접 맞닿는 조건을 만들어줍니다.
고온 조리의 내구성 차이
코팅팬은 고온에 약합니다. PTFE(폴리테트라플루오로에틸렌)은 약 260℃ 이상에서 분해되며, CF₄, COF₂ 같은 유해 가스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세라믹 코팅은 상대적으로 열에 조금은 더 강하지만, 역시 고온에 오래 가열하는 것은 그 수명에 좋지 않습니다.
이와 다르게, 카본스틸은 금속 그 자체이기 때문에, 고온에서도 안정적으로 작동합니다. 가정에서 사용하는 조리도구의 온도에 제한이 없으며, 수분을 즉시 증기로 바꾸는 높은 열 에너지를 안정적으로 유지합니다.
결론: 팬의 구조가 고기의 맛을 결정하는 이유
✔ 첫째, 팬이 고온을 유지하며 고기를 ‘굽는’ 환경을 만들어주기 때문입니다.
✔ 둘째, 마이야르 반응이 활발하게 일어나 향과 색감이 풍부해집니다.
✔ 셋째, 고온 내구성 덕분에 바삭한 겉면과 촉촉한 속의 조화가 가능해집니다.
즉, 코팅팬보다 카본스틸 팬에서 구운 고기가 더 맛있는 이유는 열, 반응, 구조의 총합으로 설명되는 과학적인 결과입니다.
그럼 논코팅 통3중 스테인리스 팬은 왜 주철/카본스틸 팬은 스테이크 맛이 다를까?
같은 논코팅 팬인데 왜 결과는 다를까
위에서 코팅팬에 대해서 설명드리며, 알루미늄 + 코팅 때문에 차이가 생긴다는 설명을 드렸습니다. 그럼 유사한 류의 철 + 논코팅인 스테인리스 논코팅 팬은 어떨까요?
스테이크를 굽기 위해 주철이나 카본스틸 팬을 사용하다 보면, 비슷한 외형을 가진 통3중 스테인리스 팬도 논코팅이고 고온에 강한데 왜 굽는 결과는 다르게 나오는지 궁금해집니다. 뭔가 다르다고 느껴지거든요
스테인리스 팬은 표면이 반질반질하고, 무게도 묵직하고, 구조도 탄탄한데 정작 갈색화는 약하고, 겉면은 마르고, 시어링은 부족하게 느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 차이는 ‘팬의 구조’, ‘금속의 반응성’, 그리고 ‘열의 흐름’이라는 조리 도구의 본질에서 비롯됩니다.
구조가 다르면 열의 성격도 달라집니다
주철/ 카본스틸 팬은 단일 금속 구조입니다. 불에 닿으면 바로 반응하고, 팬 전체가 한 덩어리처럼 열을 저장합니다. 빠르게 달궈지고, 고기를 올려도 중심 온도가 떨어지지 않습니다. 열이 고르게 펴지고 높은 열이 잘 유지됩니다.
통3중 팬은 적층 구조입니다. 클래드라고도 합니다. 가장 바깥과 안쪽은 스테인리스, 가운데는 열전도율이 높은 알루미늄이 들어갑니다. 이 구조는 열을 고르게 퍼뜨리는 데는 유리하지만, 빠르게 회복하는 데는 불리할 수 있습니다.
즉, 주철/ 카본스틸은 불에 예민하게 반응하고, 통3중은 전체를 일정하게 따뜻하게 유지하는 쪽이라고 생각하시면 쉽게 이해되실 수 있습니다.
표면의 반응성도 다릅니다
주철/ 카본스틸 팬은 사용하면서 시즈닝이 형성됩니다. 고기와 팬이 직접 맞닿고, 팬이 수분을 밀어내며 마이야르 반응을 적극적으로 끌어냅니다.
표면이 자연스럽게 고기를 눌러주는 힘을 만들어내고, 그 결과 겉면은 바삭하고 깊은 갈색, 안쪽은 촉촉한 구이가 됩니다.
통3중 팬의 표면은 스테인리스입니다. 비활성 금속으로 시즈닝이 형성되지 않으며, 기름막이 충분히 얇고 균일하지 않으면 고기가 붙거나 표면이 얼룩지기 쉽습니다.
결과적으로 갈색화는 일어나지만, 카본스틸처럼 겉면을 감싸듯 바삭하게 만들지는 못합니다.
여기에서 맛의 차이가 생깁니다.시어링의 템포와 여운
주철/ 카본스틸 팬은 조리 속도가 빠릅니다. 고기를 올렸을 때 팬의 온도는 거의 변하지 않고, 두 번째 면을 굽든, 연달아 두 점을 굽든 온도 회복이 빨라 조리 품질이 일관적입니다. 열보존성이 높습니다.
통3중 팬은 안정적이지만 느립니다. 팬이 차가운 고기를 만나면 열을 전체에 분산시키는 성격 때문에 두 번째 면이나 두 번째 고기에서 시어링 강도가 떨어지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여기에서도 맛의 차이가 생깁니다.
결과적으로 무엇이 다를까
카본스틸은 ‘빠르고 깊은’ 시어링, 통3중은 ‘부드럽고 균일한’ 조리 결과를 만듭니다.
고기의 겉면 질감, 갈색 농도, 속의 육즙 분포 등에서 두 팬은 같은 고기를 서로 다른 언어로 표현하는 도구입니다.
하나가 좋고 나쁘다기보다는 직접적인 반응성과 크러스트의 깊이를 원한다면 카본스틸, 안정성과 범용 조리를 원한다면 통3중을 고르면 됩니다.
지금까지 후라이팬의 특성에 따라 고기나 스테이크 굽기가 어떻게 달라지는지를 알아보았습니다. 재질보다 사람의 솜씨가 더 중요한건 불변의 이치입니다. 하지만 조금더 나은 요리를 위해서 적절한 요리에 적절한 후라이팬을 사용해보시는 건 어떠실지 추천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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